그림의이해

[스크랩] [김홍기의문화제국펌] 김홍도의 그림으로읽는 영화<디워>의 품격

최흔용 2009. 6. 13. 01:17

실감나는 감상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요^^

http://blog.daum.net/film-art/10848994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 돌아오니 영화 한편이 만들어낸 논쟁으로

인터넷 공간, 그 중에서도 블로그 공간이 아주 뜨겁다. 바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관계해서라면 나 또한 관련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현재 사이더스란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우노필름>이란 작은 영화사에서 출발하던 당시

그곳에서 일을 배웠고 영화 현장에 나갔었다. 충무로 한켠에 마련된 특수 시사회실에서 지금의

영화진흥공사의 대장으로 계신 안정숙 선생님(당시 한겨레 신문 대기자)이나 유지나 교수에게

나 자신이 힘들게 뽑아낸 프레스 키트를 전해주며, 좋은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던 시절이다.

 

 

김홍도 <송하맹호도-소나무 아래의 맹호>

조선시대, 비단에 채색, 90.4*43.8.cm 리움 미술관 소장

 

자 오늘은 이러한 영화의 후일담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에 대한 애정, 적어도 이미지의 연속으로 발현되는 영화란 매체에 대한 내 개인의 애정과

약사를 약간이나마 밝히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충무로란 영화제작소 공간에 대한 애정또한 남 다르다.

다만 여기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영화 <디워>에 대한 미학적인 성취들을

적어도 동양회화의 세계랄까? 동양미학의 관점에서 풀어가 보려고 한다.

그것이 오늘의 논점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한국화가 김홍도의 대표작 <송하맹호도>를 한번 살펴보자.

그의 그림을 둘러싼 진화의 과정과 궤적을 훓어보다 보면, 영화 디워의 발전방향 또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제자 김홍도의 그림을 가리켜 화가 강세황은 간단하게 한 마디로 품평한다.

이 그림은 '묘품이다. 그것은 형체를 정교하게 묘사해내는 숙련된 기법에 부여하는 품격이다.

하지만 이것은 숙련된 테크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작가 자신의 개성이 풍성하게

베어 있을 때 사용하는 품격이다. 그리하여 두번째 품격을 이룬다.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11세기 말-12세기 초, 북송 말기
종이에 묵과 엷은 채색, 높이 25.5 cm, 두루마리, 1100-1125 제작
베이징 고궁박물원 소장

 

지금 보시는 그림은 북송의 서울인 가이펑(開封개봉)이 여진족에게 함락되자 항저우(杭州항주)로 수도를 옮기면서 쫓겨난
옛 수도를 추억하기 위해 열린 ‘항저우 도큐멘타’에서 장원으로 뽑힌, 순간을 영원으로 되살려냈다는
문인 사대부 장택단의 그림이다. ‘북송 사실주의를 위대하게 마무리한 불멸의 작품’ 이라는 후세의

평을 지금까지도 듣고 있는 이 작품 속 붓터치로 그려낸 당대의 풍광, 그 속에서

숨쉬고 먹고 생활하는 삶의 단면들이 매우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청명상하도 부분 확대

 

가로가 5미터가 넘는 대작이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관리, 양반, 서생, 병정,농민,선원 등 그 신분이

750명이 넘게 묘사되어 있고 수레가 20여대, 수많은 배의 형태까지 알수 있는

사회적인 도큐멘타다. 완벽한 일종의 문서와 같다.

 

청명상하도 부분확대

 

동양미학에서는 이러한 경지를 능품이라 한다. 즉 대상의 외형에 대한

정확한 재현의 단계를 이루어 낼때, 그 품격을 가리켜 능품이라 칭했다.

 

조맹부 <이양도-두 마리의 양> 원나라

종이에 수묵, 25.2*48.4cm, 프리어 갤러리 오브 아트, 워싱턴

 

또 다른 능품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원나라 시절 활동한 화가 조맹부가 그린

두마리의 양 그림을 보자. 양의 털을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했는지, 지금 보아도 그 기법상의 정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사물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 능품의 세계를 보았다.

 

서문이 너무 길지 않나 싶어 여기서 줄이고 본격적으로 김홍도의 그림과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이야기해보자. 두번째로 보시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는 흔히 묘격의 아취가 서린 작품이라 알려져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원나라 시대의 화가 조옹이 그린 <협탄유기도-활을 끼고 말을 타다>의 모방작이기도 하다.

당시 조선의 화가들은 모화주의(중국을 흠모함)에 따라 중국의 고화를 모방하고

베끼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당시에 모작이란 고결한 수양의 방식이었고

이를 통해 다른 작가의 세계관을 본받고 정신의 풍경을 내 안에서 그려내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원작과는 또 다른 풍취를 보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세계가 조금씩 묻어나오는 것이다.

김홍도 <마상청앵도-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조선, 종이에 수묵, 117.2*52cm, 간송미술관 소장

지금 현재에도 이러한 방식은 유효하며, 영화에선 <오마주>란 표현으로 불린다.

자신의 영화세계에 영향을 미친 다른 감독의 작품 중 일부를 차용하거나 빌려오는 행위를 말함인데,

조선시대 김홍도의 행위는 바로 이러한 현대판 오마주의 단계를 보여준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도 이러한 인식의 선상에서 이해하면 어떨까 싶다.

그의 영화가 확연하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의 진화된 풍경이다.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CG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영화란 매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술의 성취이자

획득이다. 물론 이것 하나로 영화 전체를 찬양하는 것는 어렵지만, 주요한 구성요소란 점만 확인하고 가자.

 

 

김홍도 <군선도-한 무리의 신선들>

조선, 종이에 채색, 132.8*575.8cm, 리움 미술관 소장

자 마지막 김홍도의 작품으로 가자. 김홍도의 <군선도>는 동양회화의 최고의 품격

<신품>의 단계를 획득한 그림이다. 그림 속에선 서역으로 초대를 받아 강을 건너는 한 무리의 신선들이 묘사되어 있다.

 터치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넘친다. 정확한 묘사의 재현을 넘어 우화된 세계가 그려져 있다.

"인공으로 부터 나오나 그 기의 극치가 자연스런 천연스러움과 오묘하게 일치하는 경지"

바로 신품의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이야기 하면서 사람들이 흔히 스필버그의 <트랜스포머>를 함께

묶어 비평하는 걸 자주본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들 사이에서, 적어도 스필버그란 미국이 낳은 천재랄까

문화적 아이콘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8살때부터 8mm 영화를 만들었던 친구다.

이후 16mm로 아리플렉스로 청소년 시절에 이미 내로라 하는 영화를 만들어낸 작가다.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이야기구성과 플롯구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지우는 시뮬라크르를 창조한 컴퓨터 그래픽의 세계는 오랜 그의 영화적 필모그라피에서 나온 힘이다.

 

사실 한국이란 사회가 이러한 성장배경을 기대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온

나라는 아니지 싶다. 적어도 심형래의 영화 <디워>는 비평가들의 말처럼 헐리우드를 추종하는

본받고자 하되 정신세계 보다는 그 테크닉 하나만을 급급하게 배워낸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들 어떠랴? 영화란 당대의 회화와는 다른 복잡한 차원을 가진 매체다.

더구나 현대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컴퓨터 그래픽이란 차원을 익혀내는 것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이루어낼수 있는 것이라고 볼때

심형래 감독의 노력과 그 도전은 어느 정도 성취도를 차지했다 보아야 할 것 같다. 다만 그가 영화 속에서

그래픽을 제외한 부분들, 이야기구조와 핍진성을 논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그는

능품과 묘품의 사이를 오간다. 아직 많이 멀었지만 그렇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조지 루카스의 SF 영화들, 그 미학적 성취에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세계를 구성해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바탕이 되어 있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ILM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동양회화의 세계에서 꾸밈없는 투박함과 천연덕스러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밀한 기교로 부터 출발해야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영화 <디워>의 기술적 성취의 측면만큼은 인정하고, 이제 이것을 바탕으로

그의 뒤를 이를 수많은 영화인들이 더 나은 이야기 구조와 촘촘함을 보여줄 차기작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꼭 애국주의니 황우석 사태니 하는 식의 진부한 수사학을 빌리지 않아도

 

이제 겨우 능품에서 묘품의 아취로 발전해가는

우리 시대의 한국영화를 위한 작은 씨앗 정도로 영화 <디워>를 인정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출처 : 마왕
글쓴이 : 라일락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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