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기름지게 하던 자운영
자운영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자운영을 아십니까? 토끼풀처럼 생긴 짙은 분홍빛 꽃이 피는 풀 말입니다. 특히 남부지방이 고향인 분들 중에는 그 아름다운 빛깔의 꽃무리를 기억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예전에 그리도 흔했는데 왜 지금은 보기 어려울까요? 우리의 논과 밭이 금비(화학비료)호 덮여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운영
자운영의 고향은 중국이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 들어와 심정적으로 우리 꽃이 되어 버린 콩과식물입니다. 예전에는 벼농사가 끝나고 나면 녹비(풀이나 나뭇잎 따위로 만든 거름)작물로 자운영을 심었습니다. 그리되면 땅이 비옥하게 변해 이듬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영양생장을 돕는 것이 질소입니다. 그래서 농작물에는 질소비료를 많이 줍니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80%나 있어 가장 많지만 식물들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하므로 무용지물이지요. 그런데 자운영을 비롯한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처럼 붙어사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에 있어 사용하지 못하던 질소를 쓸모 있게 고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운영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서로 공생합니다. 자운영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탄수화물을 얻어 쓴 대신 뿌리혹박테리아는 자운영에게 필요한 흙 속의 질소를 고정하여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질소가 비료의 역할을 하므로 보통 농사를 짓고 나서 가을이 되면 자운영 씨앗을 뿌립니다. 싹이 터서 겨울을 난 자운영이 이듬해 봄에 잘 자라 오르면 갈아엎고 모를 심게 됩니다.
자운영
요즘은 아름다운 자운영의 꽃무리를 볼 수 없는 것도 아쉽지만, 제초제와 화학비료로 죽어가는 땅이 아닌 흙 속의 작은 박테리아와 자운영이 지혜롭게 서로 도우며 기름지게 만든 살아있는 땅에서 키웠던 그때의 깨끗한 곡식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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