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한국화 지도의 중요성
한국화 지도에 있어서 전통적인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것만이 한국화 지도가 아니다. 보통 현장에서 한국화
지도를 말할 때 수묵을 화선지에 사용하는, 전통적인 재료와 도구의 사용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국화의 지도란 사물을 보는 태도와 시각을 한국적인 사고로 보아야 하며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한국화이다.
우리는 요즈음 전통 음식의 훌륭함을 말할 때 그 음식이 한국 사람에게 왜 중요한가,
왜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해도 훌륭한가를 밝혀 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무조건 전통 음식은 보존하고 편파적으로 훌륭하다고 주장해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먼저 우리의 된장이나 김치의 훌륭한 점을 연구하여 말하고 있다.
수 천년 동안 지켜 온 이유는 분명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라도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발전시켜야 유지된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중에는 김치와 된장을 좋아하지 않는 아동이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된장과 김치를 먹는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차별적 외래 음식 수입의 영향인 것 같다.
과학을 동원하여 외국의 과학자들이 밝혀 낸 사실로도 훌륭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지만 한국인이 애호하고
먹을 때 세계적인 음식으로 정착한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한국화에 대하여 훌륭한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생활 속에 가까이 있지 못하면 또 우리 것을
멀리하는 우를 범할 것이다.
한국화에 대하여 해방 이후 세대가 생활과 교육속에서 멀리하였기 때문에 지도를 받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며 한국화를 감상할 수 없게 되어 앞으로 한국화의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해방 이후 선진 문화 교육을 받은 서구화된 교육 세대들이 지식층의 주류를 이루어 무차별적인 새로운 교육
사상과 사고가 유입되었다.
이런 시기에는 서양적인 사고와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면 행세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한국화와 서양화의 다른 점만이라도 교육하였다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선택할
기회라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화의 교육을 등한시하였고 또한 뒤떨어진 후진 문화라는 의식을 심어 줌으로 해서 한국화의 지도는
반세기 동안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는 일부 전문 미술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오는 실정이다.
앞으로 대부분 미술 소비자가 될 초등 교육 현장의 아동에게 한국화의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아동들이 주인이 될 후세에 한국화가 자라고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어 세계적인 회화로써 뿌리 내릴
수 있게 될 때 한국화 지도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3 . 한국화의 특성
한국인의 미의식을 한마디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꼭 한마디로 말 할 필요는 없다.
전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적인 미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에는 시대별이나 왕조별이나 분야별로 알아보고 전체적인 느낌으로 아는 수밖에 없다.
김원룡은 선사 시대의 강직한 추상, 삼국 시대의 한국적 자연주의 전개, 고구려는 움직이는 선의 미,
백제는 우아한 인간의 미, 신라의 위엄과 고졸(古拙)한 우울, 통일 신라의 세련과 조화의 미,
고려의 무작위의 창의, 조선시대의 철저한 평범의 세계라고 하였다.
문명대는 삼국 시대의 장엄한 아름다움, 통일신라시대의 세련, 명괘, 현란, 섬세한 아름다움, 고려 시대의 장대성과
단아한 귀족성, 조선 시대는 조형의 평범성과 순박한 정감으로 구분해서 보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안휘준은 한국인의 미의식은 밝고, 명랑하고, 건강하고, 풍류적이고, 낭만적이고, 해학적이라고 하였다.
또 답답하고 번거로운 것을 피하고 확 트이고 시원한 공간과 여유를 추구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큰 것을 추구하고 작은 것을 되도록 생략하는 大義性 또는 大汎性을 띠고 있기도 하며 그것은
천진성 등의 복합적인 개념으로 말할 수 있다.
한국화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한국적인 사고가 표현된 회화이다.
한국적인 사고는 아무래도 삼국 시대부터 기조를 이루는 자연주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인위적이고 논리적, 권위적, 철학적, 심각한 이상주의적인 것에 비해 보다 감성적이며,
즉흥적, 생활적, 풍류적이다.
또한 중국 미술이 지극히 치밀하고 기교와 빈틈없는 완벽성을 추구하는데 비해 우리 미술은 大體와 大義를 통해
천연성과 대범성을 추구한다.
이런 것은 우리의 자연 환경 즉 4계절이 뚜렷하고 온화한 기후에다 금수강산과 자연에 친화될 수 있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연을 아끼고 그것을 신앙으로 여기며 자연 속에서 생활하려는 사고인 듯하다.
서양화는 현상적으로 사물을 빛의 반사에 의해 지각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체계화시키며 시각적인 관점에서
명암으로 사물의 입체를 나타내고 또한 투시도법에 의해 원근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한국화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 사물의 존재를 시각화하려고 하였다.
인간의 시각은 지극히 왜곡된 시각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의 사물은 빛이 없어도 존재하고 내가 없어도
존재한다. 가까운 곳이나 먼 곳에 위치하지만 크기가 작아 보일 뿐 실제는 같다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에는 보이는 상태뿐만 아니라 본래의 성질 즉 딱딱하고, 물렁물렁하고, 부드럽고, 꺼칠꺼칠하고,
매끄러운 성질 등이 있다.
또 그것 말고도 강직한 성격과 유연한 성격, 차갑고 뜨거운, 기운차거나 연약한 등의 주관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시각은 표현과 지각할 수 있는 범위가 무한한 우주 안에서 너무 좁아서 너무 멀거나
가까워도 볼 수 없으며 너무 작거나 커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 까지도 우주 만물의 이치에 따라 지각하려고 하였고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다시 말하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의 전통 사고 체계이다.
사물의 색은 빛에 의해서 변화 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본래의 색은 무엇일까?
같은 물체가 아침과 낮으로 색이 바뀔 뿐만 아니라 밤에는 색이 없다는 것은 그 사물의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또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물이 변해서 색깔이 나타나지만 가을 겨울을 거치며 갈색에서 검은 색으로 바뀐다.
그런 모든 색을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색이 먹의 색이다. 먹의 색은 흑(black)이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든 색을 포함하고 검은 색과 흙의 색이 합쳐진 개념의 색인 것이다.
그래서 수묵화에서 색이란 절제되고 농담으로 나타내며 먹의 색에 종속의 개념으로 쓰여진다.
그러기 때문에 수묵화에서는 먹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범위에서 색을 쓴다.
인간의 감정은 기이고 기인 감정의 표현의 시각화가 곧 회화이다.
理는 물질의 본래이고 氣는 물질이 움직이고 변화 되게 하는 힘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이 기에 의해 움직여
가기도 하고, 기가 뭉쳐서 생명을 가지고 성장하며, 자연의 기보다 기가 쇠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성장은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이것이 자연 순환의 섭리이다.
이것은 죽음을 해석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러나 기의 작용으로 이런 자연은 변화되고 새로운 사물이 잉태되기도 한다. 물질의 순환이란 이런 기운
즉 기의 모습을 시각화 한 것이 바로 線이다.
그래서 한국화에서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제일로 여겨 왔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회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의 모습을 시각화한 線이 중요한 이유이다.
인간의 감정은 즉 기이고 기인 감정 표현의 시각화가 선이며 선들의 집합이 곧 회화이다.
한국화에서 또 중요한 사고 중의 하나가 無와 空의 개념이다. 서양화에서의 공간이란 중심 생각을 다치지 않으려는,
즉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이란 개념이다. 그러나 한국화에서의 공 즉 여백의 뜻은 전혀 다르다.
너무 크고 너무 많아 담을 수 없는 상태 다시 말하면 무한의 시공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란 뜻이다.
지극히 좁은 인간의 시각과 지각 능력 밖의 표현과 또한 장소와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여백이란 조형 언어로 시각화하는 독특한 방법 개발은 서양과는 차원을 달리한 표현이었다.
우주를 태극으로 보고 그것을 음양의 조화로 보는 사상이다. 서양화에서는 캠퍼스 천 위에 색을 페인팅 하는 것
즉 그 두께를 쌓아 가는 작업인데 반해 한국화에서는 화선지와 먹이 음과 양으로 만나 종이의 섬유질 사이로
번지고 흡수되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창조의 개념이다. 다시 둘로 나누어지지 않는 완벽한 하나가 된다. 음과 양이 기의 힘에 의해 만날 때
전혀 새로운, 다시 나눌 수 없는 창작의 상태로 된다. 그런 사상의 표현이 한국화의 깊은 의미이기도 하다.
4 . 전통 한국 미술 교육
한국의 전통 미술 교육은 훌륭한 교육자(화가)에게 학생이 찾아 가는 피 교육자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래서 문하생이 되어 사숙을 하며 교육자가 가진 지식과 기법 뿐 만 아니라 오랜 경험과 경륜을 거친,
즉 道에 이른 높은 경지까지도 깨닫고 배운다.
단순한 교육 방법이나 획일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교육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의 상태에 따라 다른 개별 학습과
철저한 개인 지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교육목표(시대의 가치관 또는 가치 기준)만 설정하고 교육 방법은 교육자가 선정하며 교육자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목표를 향해 가는 큰 틀을 유지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大義敎育)
요즈음 우리 미술교육을 보면 목표는 설정되어 있는데 불합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목표와는 다른 교육과정의
수료나 이수에 관심이 더 기울어 지는 교육적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현재보다는 조상들의 전통 미술 교육이 휠씬 더 교육적이었다.
한국의 전통 미술 교육은 깨달음을 통한 창의성 교육이었다. 흔히 임화나 모방을 통한 교육 방법이었다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그 시대별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모방 교육에서는 절대로 그런 시대적인 창의적 형태의 예술품이 나올 수 없다.
임화나 모방의 단계를 거치는 철저한 기초 교육과 창의성 교육 과정 중에서 임화나 모방의 과정만 확대해서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형 언어 습득의 기초 교육, 즉 무한한 표현 도구인 모필붓의 철저한 연구로 도구
다루기와 재료의 특성을 익히는 기본 교육(기능)과 그 조형 언어사용 능력으로 새로운 창조(작가의 의도)를
강조하는 무법의 경지인 창작 교육으로 나뉘었다.
미술 교육에 관한 자세한 문헌은 찾을 수 없지만 그때의 교육제도로써 매우 수준 높고 심도 있는 미술 전문 교육이
있었다. 그 이유는 삼국 시대의 예술품이나 고려, 조선의 예술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주의 깊은 경지를 심오하고도 창의적인 (서양과는 전혀 다른 사고) 사상으로 사물을 이해하며 표현하려는
높은 경지를 볼 때, 감탄 할 만한 교육 방법과 수준이 분명히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작품들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 작품으로 보기는 힘든 전문적이며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예술 교육에서는 예술가와 이론가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다.
예술의 교육은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체계도 중요하지만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며 창의적인 느낌의 전달과 실기적인
표현을 다루는 영역이다.
한국화 지도 교사의 필수 요건은 한국화 도구 다루기와 재료의 특성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실제 예술 활동을 하지 않고 예술을 이해하며 교육으로 전달하는 데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교육이 될 수도 있다.
커다란 교육목표를 위해서는 무언의 교육으로서 깨달음의 교육 방법이 아니고는 도달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음악에서 오 음계를 썼는데 그것은 다섯 음을 가지고 음악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서양의 악기와 악보는 매우 정교하고 분석적이며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음과 음 사이의 미묘한 변화나 사람에 따라
감정에 따라 변화되는 무한한 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같은 음이라도, 같은 소리라도 음악가의 경지에 따라
무한한,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은 악보를 통한 것이 아니라 교육자와 학생 사이에 道에 이르는 깨달음의 교육이
아니고는 수용할 수가 없었다. 미술 교육도 기록으로 남지 않아서 그렇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입학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표현 능력(현행 입시 제도)을 평가하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학습 의욕과 태도를 가지지 않으면 본론의 교육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학습 태도와 의욕이 교육자가 만족 할 만한 수준에 있지 않다고 생각되면 학습 의욕의 극대화를 이룰 때까지 태도
교육을 시켰다. 본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장작 패기, 물 기르기 등을 시켜 동기 유발과 교육 의지가
충분히 된 학생을 골라 입학을 허가하고 교육을 시켰다.
그 평가 기준과 평가는 순전히 교육목표에 입각해서 교육자가 선정하였다.
그러나 그 기준에 수긍하지 못한 학생은 입학하지 못하고 하산하게 된다.
미술에서 국제화와 세계화라는 국제적인 용어는 문화를 빨리 수입하고 체험하여 그것을 소통하고 대등한 관계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조형 언어와 조형 의지의 독자성을 널리 발표하고 이해시켜 국제적으로도 우리의
훌륭한 전통 시각을 이해시키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 미술 교육이 될 것이다.
5 . 한국화에서의 재료와 도구의 의미
(1). 붓 (筆)
한국화에서 붓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전통 사상에서의 붓은 포함과 통합과 종합의 뜻을 가졌다.
기능과 감정을 넣어 두는 창고와 같이 저장하였다가 필요한 대로 꺼내 표현하는 도구이다.
서양의 붓은 칠하는데 쓰이나 전통 붓은 선을 긋고 농담을 표현하는데 쓰인다.
부드러운 짐승의 털로 만든 전통 붓은 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부드러워서 인간의
감정을 예민한 화선지에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자신이 없을 때, 힘찰 때, 격동, 부드러움 등 인간의 감정이 선으로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붓을 다루는
기능과 수련이 매우 필요하다.
우리가 그런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붓을 사용하였을 때의 자신 없었던 경험을 잘 알 것이다.
-붓의 종류-
<만든 재료에 따라>
(가) 산마필 - 말의 꼬리털
(나) 황모필 - 쪽제비털
(다) 장액필 - 노루 겨드랑털 (유연)
(라) 양호필 - 양털
(마) 죽필 - 대나무
(바)목필 - 부드럽고 질긴 나무로 만듬
(사)우이모필 - 소의 귀의 털
(아)유필 - 버드나무 섬유질
(자) 풀잎필(초필) - 풀잎
<붓 털의 크기에 따라>
(가) 긴 붓(장봉) - 사군자 (일필로 그리기)
(나) 중간 붓(중봉) - 산수화
(다) 짧은 붓(단봉) - 채색화
(2) 먹 (墨)
먹은 모든 변화와 우주의 근본을 포함하는 재료이다. 검은 색에서 생명이 솟아나고 다양한 색을 피우며 결국
자연으로 돌아오는 순환의 종착지와 시발지로 먹이 대표한다.
먹에는 솔먹(송연묵)과 기름먹(유연묵)이 있다.
먹은 탄소로써 그 보존성이 매우 뛰어나며 인간의 감정을 영원한 표현으로 연결할 수 있는 훌륭한 재료로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이나 배추, 무, 아주까리 기름을 태운 그을음을 아교로 개어 만든다.
화선지 섬유질 사이로 먹물을 스며들게 하여 아교로 접착하여 분리 될 수 없게 하고 물을 다시 부어도 마른
뒤에는 번지거나 하는 변함이 없다.
옛날의 전통 미술 교육에서는 먹을 가는 정성과 태도를 그림을 그리는 과정 속에 포함 시켰다.
특히 먹을 갈면서 구상하는 정신, 준비 과정을 중요시하였다.
잘 갈린 먹은 '삼일을 죽도 못 먹고 앓아 누운 사람이 갈은 먹'이라고 하였다.
그 뜻은 급하지 않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으로 '표현은 즉 정신'이라는 뜻이다.
그럴 때 먹의 입자가 작고도 곱게 갈리며 먹의 색이 곱고 깨끗하다.
(3) 벼루 (硯)
벼루는 문방사우(文房四友)라 하여 지필묵연에 포함되는 중요한 재료이다. 좋은 벼루는 먹을 갈아도 소리가
나지 않으며 먹이 잘 갈리면서도 물이 너무 줄어들거나 (돌의 수분 흡수력) 겉돌지 않아야 한다.
우리 나라 벼루 돌은 충남 보령의 남포석 또는 백운 상석, 충북 단양의 자석, 경남 합천의 자석(紫石),
평안북도 위원의 단계석, 황해도 해주의 청석 등이 있다. 중국의 단주에서 생산되는 단계석을 최고로 치는데
자색(紫色), 대자색(垈 色), 황색(黃色)중에서 자색의 것을 상품으로 치고 대자색을 중품으로 친다.
(4) 종이 (畵宣紙)
화선지는 닥나무 껍질과 펄프를 섞어 만드는데 먹이 宣紙에 얹혀질 때 기름기의 함량 정도에 따라 스며드는
정도가 다른데 이것으로 종이의 질을 달리한다.
선지는 음양의 조화 중에 음에 해당하며 양을 받아 들여 하나가 되는 바탕이 된다. 양을 받아들일 때 다양한
성질(흡수성)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우주의 조화 이치와 동일하다.
선지는 유연한 모필과 만날 때만이 다양성과 조화가 이루어진다.
특히 화선지는 세상의 어느 화지 보다 부드럽고 예민하여 붓이 함유하고 있는 수묵의 양과, 운필하는 사람의
감정과 운필력, 그날의 습도에 따라 스미고 번지는 맛은 경험하여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오묘한 경지가 들어
있다. 먹과 붓이 지니는 예민한 감수성과 포용성은 화선지나 창호지가 아니고는 나타낼 수가 없음을 알게 된다.
<종류>
(가) 옥판선지(玉版宣紙)-닥나무 껍질로 만들었으며 조금 두껍다. 숙련이 필요한 종이이다.
(나) 당지(唐紙)-닥나무와 대나무 섬유가 원료이고 화선지 보다 먹물이 덜 번진다.
(다) 마지(麻紙)-삼의 껍질로 만들었으며 발묵(潑墨:먹의 퍼짐)의 효과가 떨어진다.
(라) 죽지(竹紙)-어린 대나무를 원료로 만든 종이이다.
(마) 장지(壯紙)-화선지를 겹으로 붙인 것으로 옥판 선지보다 먹의 흡수력이나 붓의 흔적이 덜해 다소 겹쳐 그릴
수도 있다.
(바) 창호지(窓戶紙)-순닥나무 껍질로 만들며 순지라 하기도 하고 닥지라고도 한다.
(사) 기타- 비단이나 광목을 화지의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5) 채색 물감
안료를 기름에 개서 쓰면 유화, 물에 개면 수채화라 하며 전통 물감은 보통 채색 안료를 아교로 개서 쓴다.
아교의 접착 특성은 젖었을 때는 수채화처럼 자유스럽고 다양한 상태의 표현이 가능하며 농담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마른 후에는 수채화와 달리 전혀 번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덧그려 농담 내기가 가능하다.
한국화 물감에는 튜브 물감, 봉채, 분채, 석채(광석 가루), 인공 석채, 편채(아교물에 섞은 작은 입자) 등이 있다.
6 . 지도의 실제
가. 선긋기(用筆)
한국화에서 선긋기는 그저 윤곽선을 그리거나 형체를 그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물의 성격이나 감정 또는
느낌을 나타내며 기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일찍이 중국의 南濟 謝赫도 古畵品錄에서 그림은 六法이 있는데 骨法用筆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필력(氣韻生動)과 먹색이 겸비되어야 한다. 선긋기에는 선의 굵기의 자유로움(輕重), 번짐(雲影),
농담(明晦)이 없을 경우에는 먹이 없다고 하였다.
붓질을 함에도 팔을 들어 자신 있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선에 힘이 들어 있어 생명이 있는 선이라 했다.
그래야만 선을 상하좌우로 붓을 쓰는 법, 붓놀림, 먹쓰는 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1)중봉(中鋒)-붓을 수직으로 직필을 하며 붓끝이 선의 중앙을 지나며 필선이 장건한 맛이 있다.
선으로 그리는 것이나 인물 등을 그릴 때 사용하는 선이다.
(2)측봉(側鋒)-옆붓이라고 하여 붓끝이 옆으로 치우쳐 선을 긋는다. 큰 대나무의 줄기나 나뭇잎, 경쾌한 맛이나
질감의 표현에 적당하다.
(3)역봉(逆鋒)-보통 습관의 붓질의 역방향으로 선긋기이다.
자유 자재로 선을 그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대나무 줄기 그리기 등에 사용한다.
(4)전봉(轉鋒)-구른 붓질이라고 하며 붓대를 틀거나 손목을 돌려 중봉, 측봉, 역봉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붓질이다.
이 방법은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5)와필중봉(臥筆中鋒)-뉜중봉으로 난 그리기에 적당하다.
(6)산봉(散鋒)-흩붓질이라고 하며 붓끝을 거칠게 흐트려 여러 갈래로 선이 그어지며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데 적당하다.
선긋기(붓질)는 붓이 포함하고 있는 수묵의 양과 선 긋는 속도에 따라 선의 성격이 부여되고 느낌을 갖는다.
한국화 지도에서는 선을 직접 그어 가면서 아동과 선의 성격과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 농담의 표현
먹의 진하기와 흐림으로 입체감과 색감을 표현하였다. 수묵의 한가지 색으로 수많은 색채 감정을 표현하였다.
동양에서는 옛부터 색(色)의 개념을 세속적, 현실적인 인간의 욕망에 비유하여 정신적인 세계의 반대 개념에
색을 놓았다.
색채란 현세적인 것 수묵은 초월적인 것으로 생활을 종교적 감정까지로 승화시켰다. 동양의 정신세계와 통하는
러시아 출신의 칸딘스키, 모드리안 등은 엄격하게 제한된 색채를 쓰고 있다.
이것은 수묵의 정신, 지향적인 색채, 자제의 정신과, 여러 색을 쓰지 않고도 수묵의 농담 표현으로 더 깊고 많은
색채 표현과 색채 감정을 나타낸다. 이것은 달관(達觀)의 경지 즉 道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농담의 표현은 물체의 입체감, 원근감, 질감 또는 물체의 중량감 까지도 나타낸다.
또 농담의 혼탁과 깨끗함으로 정서의 상태 감정까지도 표현한다.
다. 붓의 물기 지도
물질의 상태, 강약, 거칠고 매끄러움 등을 붓은 물기의 양과 속도를 가지고 표현한다. 모든 사물은 성장 시기에
따라 부드럽고 연하며 거칠고 강하다.
식물의 성장이나 세월의 변화 등이 사물의 수분 함량과 관계가 있다.
. 붓에 물기가 많은 상태 (번짐의 표현) - 연함, 부드러움, 매끄러움, 운동감, 새싹 등.
. 붓에 물기가 적은 상태 (갈필의 표현) - 거칠음, 딱딱함, 강함, 세월, 고목, 바위 등.
라. 원근법의 지도
같은 물체에서도 원근을 선의 강약이나 먹의 농담으로 표현하며, 진하고 강한 선은 가까운 곳, 가늘고 약한 선
또는 흐린 선은 먼 곳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배경을 오히려 진한 먹을 사용하여 주제를 뚜렷이 나타낼 수
있다면 자유스런 표현 기법을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사물의 본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다시점 또는 전개도식 표현도 한국화에서는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다.
마. 채색의 지도
수묵화에서는 먹의 깊은 맛을 저해하는 채색을 자제하였다. 그러나 한국화는 정신적인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의
조화로 양립되었다. 현실과 정신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양립하는 발전의 개념이다.
귀족적인 생활이 존재하면 평민적인 생활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전통 사회였다.
어린이들은 색깔을 즐겨 사용하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먹의 사용을 고집하지 말고 한국화 물감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을 먼저 지도하여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 지도에서는 채색의 운용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하는 것이 한국화의 지도 속에 포함 되기 때문에 교사의
채색에 관한 지도법이 필요하다.
바. 여백의 지도
한국화에서의 여백은 높은 정신 세계와 무한의 사고를 수용하고 가능하게 해주며 한국화에서 표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언어나 생활 속에서도 여백의 모습인 여지의 표현, 생활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서너개 가져와라' '아침나절에 만나자'등은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서 상황에 따라 맞추어지는
퍼지 이론적인 여지이다.
서양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활 습관 속의 여백의 공간이다. 이것은 우리만이 가지는 상대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여지의 문화이다. 古畵를 보면 지나칠 정도의 여백을 설정하였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으나
선의 농담과 공간 설정의 짜임은 독특한 한국적인 미를 형성하고 있다.
도자기에서 조선 백자와 고려 청자의 단순하면서도 극도의 제한된 표현의 공간을 중국의 화려한 도자기와 건축
양식과 비교해 볼 때 여백의 아름다움이 한국에 와서 완성되고 꽃피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여백의 의미를 분명한 조형 의지와 조형 언어로 교육할 때 한국화의 진정한 이해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7. 결 론
다시 강조해서 한국화를 이해하고 감상하려면, 사물을 보는 전통 방법의 사고와 한국의 조형 의지,
언어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한국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 그릴 수 있으며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한국화를
이해시킬 수 있다.
특히 교사의 한국화에 대한 이해는 곧바로 아동의 현장에서 지도과정이나 방법을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화의 지도는 한국의 전통 미술 교육 방법이나 미술 활동 속에서 찾아보며 그 의미를 현장에
도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아동 미술 지도를 하다 보면 아동들의 표현 기법과 방법들은 서양적인 사고보다는 동양적인
사고에 더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성인들의 고정 관념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표현한다든지, 화면 속의 여러 시점으로 보는 표현, 공간을 초월한 자유로운 사고는 한국 사상의 구현과 동일하다.
한국화는 그런 아동들의 창의성과 무한의 사고를 배양하는 적절한 미술 교육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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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 미술관, 한벽 문총, 제3호, 1994.
송수남, 한국화의 길, 미진사, 1995.
강장원, 동양화 기법, 미술 공론사, 1993.
김충식, 초등학교 한국화 지도의 실태와 문제점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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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순, 고익진, 한국의 사상,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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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김충식(서울교대 강사)
http://nbbs.naver.com/action/h_read.php?id=lhhy5_3&nid=7462&work=list&st=&sw=&c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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